이른 아침 포근한 침대를 뒤로 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공강인 오늘은 여유롭게 동네 산책을 해보려 한다. 아침에는 코가 시릴 정도로 추워 겉옷을 끝까지 잠그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걸음을 옮긴다. 거리 곳곳에 있는 노랑, 주황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계절을 알려준다. 바람에 하나둘 떨어져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은 가을의 멜로디 같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산책을 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계절별로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분위기를 더 깊게 느끼게 된다. 가을은 자연의 변화가 커서 사람들의 추억, 그리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가을 노래로 이문세의 ‘옛사랑’,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 적재의 ‘별 보러 가자’ 등이 있다. 잔잔한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가 조화로워 가을과 잘 어울린다.
따뜻한 음료를 사러 집 앞 프랜차이즈 카페에 간다. 정장, 간호사복 등 출근 전 음료를 사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키오스크로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카페 안은 커피 내리는 소리, 우유 스팀 하는 소리로 가득 차고 많은 손님의 음료를 만들어야 하는 직원들의 손은 바쁘다. 음료를 기다리다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과일을 옮기고 있는 과일집 사장님이 눈에 띈다. 장사한지 7년 되었다는데 항상 밝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해주신다. 이 가게를 지나가면 과일 향기에 저절로 눈이 가게 된다. 과일도 다양해 찾는 손님이 많다. 둘러보다 보니 “73번 손님 핫초코 나왔습니다~” 내 주문 번호가 불린다. 직원들이 베테랑이어서인지 생각보다 음료가 빨리 나왔다. 손에 쥐어진 핫초코는 손끝이 간질거릴 정도로 따뜻하다. 한 모금 입에 넣어보니 달콤해서 미소가 절로 나온다.
따뜻하고 달콤한 핫초코를 들고 산책길로 향한다. 벤치에는 노부부가 앉아 있다. 가을 햇살을 맞으며 여유롭게 풍경을 바라보고 잠시 눈을 감아 순간을 느끼는 모습에 보는 나도 여유로워진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산책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한 명씩 세심하게 보살펴주고 말을 걸어준다. 야외 활동을 해 들뜬 아이들은 통통 뛰며 길가에 떨어진 단풍잎을 주워본다. “이건 빨간색이다.”, “이거 완전 크다!”하고 꺄르르 웃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산책로에 울려 퍼진다.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붕어빵 냄새에 이끌려 붕어빵 트럭 앞으로 간다. 길거리 음식으로는 호떡, 계란빵, 어묵 등이 있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엔 붕어빵이 으뜸이다. 붕어빵을 굽는 사장님의 솜씨가 좋아보인다. 반죽을 붓고 소를 넣고 다시 반죽을 부어 휘리릭 돌리는 모습을 넋 놓고 보게 된다. 종이 봉투에 가득 찬 붕어빵을 보니 부자가 된 느낌이다. 이번 가을 첫 붕어빵을 먹는데 따끈하고 바삭하고 맛있다.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어 일상 속 작은 것이 행복을 만들어 준다. 여유로움이 주는 가치는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일상 속 여유로움의 소중함을 느낀 하루다. 반복 되는 삶에 지칠 때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가을 풍경의 모습, 고현민 기자) |
고현민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