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과 동거하는 '혼자 사는’ 여성들
▲ 혼자 사는 여대생 신발장 사진 (연출된 사진) |
서울 동대문구에 혼자 사는 20대 여성 A 씨는 택배를 본인 이름으로 받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택배에서 여성 이름이 보이면 범죄의 표적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혼자 사는 여성 택배 이름 추천’ 이라는 글이 돌고 있다. 예를 들어 곽두팔, 김춘식 등 강해보이는 남성 이름으로 택배를 받으면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이라는 걸 감출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집에서 강도나 성폭행 범죄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여성가족부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서 혼자 사는 여성의 수는 전년대비 6.3% 증가했고 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는 이렇게 혼자 사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다.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폭행 후 성범죄를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여성에게 택배기사로 위장해 성 범죄를 저지르려했던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등은 모두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여 일어난 강력범죄들이었다. 이들 범죄는 대부분 ‘묻지마 범죄’의 행태로 일어나 여성이라면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노원구에 혼자 살고 있는 20대 여대생 B씨는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이후 배달 자체를 줄였다. 평소 밥을 직접 해먹을 시간이 없어 자주 시켜 먹었던 B씨는 해당 사건을 접한 이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고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배달을 시켜 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커뮤니티 글에서는 배달원이 음식 주문한 사람의 전화 번호를 기억해 가며 '맘에 든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세지를 보낸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배달원이 집 주소, 얼굴, 번호를 알고 있기에 단칼에 거절하기도 무섭다고 덧붙였다.
반지하에 살고있는 여대생 C씨는 거주지 특성상 커튼을 걷으면 밖에서 집 내부가 훤히 보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커튼을 걷고 지낼 수 없어 햇빛을 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2022년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사회 불안 요인 중 여성 범죄불안이 13.8%로 3위를 기록했다.
▶혼자 사는 여성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직접 자구책을 마련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혼자 사는 여성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성 속옷을 베란다에 걸어두거나 남성용 운동화, 구두를 신발장에 두는 방법이 있었다. 현재는 배달 음식을 시킬 때, ‘음식을 문앞에 두고 가달라’고 요청하고 배달원이 돌아가는 발소리가 들린 후 음식을 가져온다. 심지어 혼자있음에도 일부러 2인분을 시켜 집에 동거인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로 인해 변화된 혼자 사는 여성의 삶
정부는 1인 여성 가구를 위해 현관문 이중잠금장치, 휴대용 긴급벨, 창문 잠금장치, 스마트 안전세트를 담은 안심 홈세트를 지원하고 있다. 또, 여성안심 귀갓길 서비스를 시행하며 여성들의 안전과 범죄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끊이지 않아 혼자 사는 여성들의 걱정과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양희진 김덕헌, 송예담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