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있을 때 불 들어오는 정차시스템 최초 가동
11월 8일, 의정부시 고산동에 위치한 외딴 마을 ‘빼뻘마을’에 밤이 찾아왔다. 빼뻘마을은 과거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군부대 앞에 지어진 마을로, 미군 기지가 옮겨가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온 지역이다. 이 마을에서 바깥 도시로 나가는 방법은 마을 앞에 단 하나 있는 버스 정류장 뿐이다. 버스는 비교적 자주 오는 편이지만, 외딴 마을인만큼 조명이 적어 밤에는 버스가 그냥 지나치는 일이 빈번하다. 버스가 무정차 통과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동안 주민들은 달려오는 버스 기사에게 어떻게든 신호를 보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부터 버스기사와의 이 같은 눈치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빼뻘마을 앞 버스 정류장에 ‘버스승강장 정차안전시스템’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빼뻘마을 앞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정차안전시스템 (=정형우 기자) |
새로 도입된 시스템의 원리는 간단하다. 정거장에 설치된 AI CCTV가 하얀 띠 안에 들어온 사람을 인식하여 하얀 LED를 점등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센서로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CCTV가 사람의 형체를 인식하여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가던 동물로 잘못 인식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버스승강장 정차안전시스템은 의정부시에서 직접 고안하여 지난 4월 경전철 곤제역,송산주공 4단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최초로 운영되었다.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정차안전 시스템은 지난 9월 경기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사람이 있을 때만’ 불이 들어오는 정차안전시스템은 밤에 조명이 거의 없는 빼뻘마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빼뻘마을에서 거주하는 강영자 씨(67)는 매일 저녁 단골 식당을 찾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당고개역으로 향한다. 강영자 씨는 “평소에는 작은 가로등에 의지해서 한밤중에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거기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불이 들어오니까 같이 가는 마을 사람도 보이고 좋다”라며 만족스러움을 내비쳤다.
곤제역, 송산주공 4단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범 운영을 한 이후 빼뻘마을에 시스템을 선보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의정부시는 “버스 이용 시 불만 사항의 46%가 ‘버스 무정차’ 였다”며 “거기에 주변이 밭이고, 어두운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게 위험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빼뻘마을에 정차안전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올해는 예산 문제로 빼뻘마을까지만 시설을 증축했지만, 내년에 예산이 들어오면 더 많은 정류장에 정차안전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형우 기자 scorpion1357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