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장벽에 곤란 겪는 외국인 유학생들
경기도 S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씨(24)는 현재 6개의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 A씨는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강의를 따라 가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수업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와 강의가 끝난 뒤 단어를 따로 찾아서 이해할 때도 있다. A씨는 “생활하는 한국어는 괜찮은데, 강의를 듣고 책을 이해하는데는 많이 힘들다”며 “궁금한 게 있어 조사하다 보면 인터넷에 여러 가지 답이 나오고, 번역이다보니 정확하게 찾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언어장벽’을 종종 호소한다. 한국어 강의를 듣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언어 차이로 인해 한국인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 강의 내용을 물어볼 사람도 없는 것이다.
신한대 글로벌관광경영학과 3년 김모씨는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한 적이 있다. 도와주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한 경험이 있다”며 “정부와 대학이 무분별하게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2023년 교육부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해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 하겠다고 밝혔다. 유학생의 대학 입학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국어 능력 입증 방식을 변경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3~4급을 받아야 입학이 가능했지만, KIIP(사회통합 프로그램 한국어 집중 교육)나 세종학당(한국어교육 기관)을 이수해도 한국어 능력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 외국인 유학생.... 여전히 강의 이해 못해
외국인이 한국 대학에 유학을 오기 위해서는 한국어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어능력시험인 TOPIK 3급과 대학별로 설치된 어학센터의 한국어 과정 200시간 수료 그리고 한국어 자체 시험 통과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신한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B씨(25)는 국제어학센터에서 6개월 정도 공부한 뒤 신한대 국제어학센터 자체 시험에 합격했다. 학교 자체에서 하는 한국어 수업은 도움이 되었지만, 대학 강의를 이해하는 부분이나 팀 과제 진행 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교수님 강의 중 절반 정도만 이해할 수 있으며 팀 과제가 부담스럽지만 다행히 동료들이 도움을 주어 해결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신한대학교 한국어능력 자체시험 예상 문제
몽골인 유학생 C씨(21)는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TOPIK 3급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B씨는 “모르는 단어가 많아 강의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유학을 와서 혼자 공부해야 하는 것이 외롭고 힘들다”라고 이야기했다.
▲ TOPIK 시험 3~4급 문제지
TOPIK의 경우 3급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 4급부터 신문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정도로 보고 있다. 사진의 문제를 보면, 3~4급도 초등학교 4학년의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사이버한국외국어 대학교에 따르면 5급~6급이 되어야지 전문분야 대화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한국대학 교육협의회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3년 신한대학교의 외국인 학부 재학생은 367명으로 TOPIK 4급 이상 소지자는 82명뿐이었다.
신한대학교 국제교류팀 김창훈 팀장은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TOPIK 3급으로는 유학생들이 강의를 따라가긴 어렵다”며 “유학생들이 강의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꾸준히 들을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대학교의 한국어 능력 증명에 필요한 한국어 과정 4급은 개인적 관심사 및 사회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 대상, 다양한 표현과 한국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어휘 구사, 추상적 주제에 대한 토론과 의견 개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B씨의 말에 따르면 “한국어를 배우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강의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라고 이야기했다.
■ 앞으로 학교는?
학교 측에서는 유학생들을 유치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 TOPIK 3~4급 같은 시험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및 강의에 도움이 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학교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힘쓰고 있는 만큼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침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이동현 허서윤 조예본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