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리터러시 공교육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 인터넷 속 무분별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인스타그램 청소년 관련 게시물 |
최근 들어 인스타그램을 실행하면 비교적 자주 보이는 유형의 릴스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짧은 잠옷을 입고 춤을 추는 내용으로, 화사한 얼굴 필터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카메라 구도가 이러한 영상들의 특징이다.
좋아요가 1.6만을 넘은 한 인스타 영상에 초등학교 저학년 여아가 속옷이 쉽게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성인 여성들이 출 법한 섹시한 춤을 추고 있다. 해당 게시글 아래에는 “(성적인 행위가) 가능하다”, “키스하고 싶다”, “더 보여줘”라는 성적인 댓글들이 줄줄이 달려있다.
다른 영상에선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어린 여성이 몸매가 노출되는 의상을 입고 상체를 부각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영상의 해시태그는 “09” “10” “학생” 등 중, 고등학생을 연상시키는 문구로 게시됐다.
디지털 환경에서 미성년자가 성적으로 소비되는 문제는 페이스북이 한창 인기 있던 2010년대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온 문제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성적으로 소비되는 연령대가 중,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아직 2차 성징이 오지도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성적 댓글, 폭력적 댓글을 작성한 사람이 미성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공교육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 취재했다.
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 돼 있는 리터러시 교육 생태계
2022 초등학교 개정 교육과정 편제 (출처: 교육부) |
2022 초등학교 개정 교육과정에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과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디지털 시민성이 포함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총 204시간이 배정된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안에서 활용하거나, 기존의 일반 국어, 사회 영역 교과목 내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접목시켜 수업하도록 돼 있다.
이는 담임교사들에게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지만, 교사가 필수로 진행해야할 디지털 의무 교육은, 연간 2시간의 ‘사이버 중독 예방교육’이 전부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창체시간에는 보건, 한자, ESG 등의 활동이 주로 이뤄진다. 디지털 교육을 추가할지의 여부는 교사 개인의 관심에 따라 정해진다.
중학교에서도 디지털 교육은 사이버 학교 폭력과 인터넷 중독에 머물러있는 모습이다. 의정부시에 위치한 회룡중학교 미래교육혁신본부 정지영 씨는 “사이버 학교 폭력과 관련지어 인터넷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며“(리터러시 관련) 단원 내용이 나올 때 학기별로 2차시씩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청각 자료로 학습하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마냥 좋지는 않다”고 덧붙이며, 현재로선 디지털 리터러시를 교육하기 부족한 환경이라 설명했다.
10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안전한 디지털 세상
초. 중 고교를 대상으로 여러 시. 도 교육청과 사단법인에서 디지털 관련 교육 공문이 다양하게 내려오고 있지만,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와 학생들에겐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상황이다.
의정부 호암초등학교 교사 이화진 씨는 디지털 리터러시 외부 강사 초빙 교육 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공문이 오면) 원하는 교사가 신청하는데, 아이들 대상의 교육은 없고, 선생님 대상의 교육청 연수는 많이 해준다”고 전하며, 교사 대상 연수 또한 의무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전곡고등학교 김동인 교장은 “(교사들이) 연간 15시간 정도 인터넷 강의를 통해 연수를 하고 있다”며 “코딩이나 정보 과목들을 통해 디지털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아직 교사들이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어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교육과정 연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방안’ 연구를 작년부터 진행해 초. 중학교에서 여러 교과에 걸친 154차시의 수업자료와 교수 학습지도안, 활동지를 제작해 교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이 해당 자료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설사 알더라도 이미 정해져 있는 커리큘럼안에 다른 학습지도안을 포함시키기란 어려움이 많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 “디지털 리터러시 소양”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디지털 리터러시는 필수 역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 이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미래 사회를 온전하게 살아갈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협회 권 모 수석연구원은 “10대들이 건강한 디지털 생활을 하기 위한 방향이나 교육은 시민의식 교육부터 감정 조절에 대한 교육, 개인정보 보호, 건강한 소통 방법, 학교나 가정에서의 교육 등 광범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10대들에게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이상 디지털 환경에서의 청소년들이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공교육에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 방식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하며, 사실상 아이들이 받은 디지털 피해의 사후 처벌만 진행될 뿐, 예방할 방안이 부족한 지금의 법과 제도 개선 역시 필요해 보인다.
김정현, 이세현, 허제혁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