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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 잡고왔었는데 이제 아이랑 같이 와요"

기사승인 2023.09.14  19: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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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 70년, 사람 냄새 가득한 제일시장을 가다

 “의정부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제일시장에 추억 하나씩은 다 있죠. 엄마 손 잡고 따라 왔었는데 이젠 애들이랑 같이 와요.”

(의정부제일시장 입구, 의정부시 상권 활성화 재단 제공)

의정부 토박이인 장미연 (43) 씨에게 제일시장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장씨 말처럼 제일시장은 70년간 변함없이 의정부를 지켜왔다. 종전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물건을 팔던 5일장이 제일시장의 시작이었다. 전쟁 후 의정부에는 미군 기지들이 주둔하게 되며, 철도가 깔리고 도로망이 정비되었다. 덕분에 여느 지역보다도 미군 물자가 풍부해 이 물자를 받아 파는 곳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 교통의 중심지가 되어 경기 북부의 농수산물들도 모여들자 한강 북부에서는 손 꼽히는 시장이 될 수 있었다.

(1968년 제일시장 모습, 당시 근무했던 미군 병사Mueller의 사진)

그 후 1954년 시장조합이 생기며 5일장이 상설화되었고, 점포의 증가로 인한 포화 상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시장을 건축하였다. 1977년 9월 1일에 착공된 공사가 1978년에 완료되며, 경기 북부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현대화된 도소매시장이 탄생하였다.

(제일시장 번영회입구, 봉형준기자)

의정부 제일시장을 깊이 알아보고자 번영회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의정부 제일시장 번영회 총무과장 고병빈이라고 합니다.

- 제일시장에서 번영회는 무슨 역할일까요? 

번영회는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돼요. 만약 상인들이 욕심이 나서 옆 가게 물건을 똑같이 판다 그러면 수급 조절을 하는 거죠. 이렇게 너도 나도 다하면 서로 장사가 어려워지니까 다른 쪽으로 권유하고 홍보를 해줘요.  

그 다음에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로를 정비하기도 하고, 또 여기가 연탄불로 시작했거든요. 그걸 LPG 가스로 바꾸고 이번에는 도시가스로 바꿨어요. 환경 개선을 주도해서 자꾸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죠.  그 외에도 상인교육 같은 것도 시켜서 방문하는 고객들이 좀 더 만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 제일시장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역사가 오래됐으니까 오래된 가게들도 많아요. 시장을 새로 짓고 나서부터 아직까지 장사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 분들을 1세대라고 칭하는데, 80세 전후로 나이가 많이 연로하셔서 5%정도 남아 계세요. 대부분은 2세들이 이어받아 운영 중입니다. 여기 점포가 633개에 상인이 800명 정도인데 상인 40명 정도가 옛날 그 점포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옛날 모습과 현재 모습을 같이 볼 수 있는 게 우리 시장의 특징이죠.  

 

(제일시장 번영회 인터뷰 모습, 봉형준기자)

 

이어 제일시장 번영회 회장을 만났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일시장 번영회 제20대 회장 조진식입니다.  

- 제일시장에서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1998년도부터 지금까지 했으니 25년정도 됐습니다.

- 제일시장에서 25년정도 일하셨는데 과거와 달라진 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예전에는 주차장이 불편하고 도로 정리도 안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도로가 확장되고 주차장이 증설되었어요. 최근 사스나 코로나와 같은 질병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는데, 시청이나 관공서에서 청소와 소독 등을 많이 신경 써주어 큰 사고 없이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 제일시장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이라고 생각하세요?

 주변 교통편이 불편한 게 많죠. 옛날에는 시장 옆 가까운 근거리에 포천 파주, 동두천 하다못해 연천, 남양주, 도봉에서 오는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었는데, 그 터미널이 이전이 됐습니다. 그리고 차들이 많아지면서 제일시장 주변으로 돌아다니는 버스들을 많이 외곽으로 돌리고, 배차를 다른 노선으로 돌리기 시작했어요. 때문에 외부에서 저희 시장에 찾아오는 오는 고객들이 많이 줄었죠.

또 다른 문제점은 시장이 오래된 건물이라 노후가 됐는데, 우리 상인들의 힘으로서는 무언가 할 수가 없어요. 조금씩 노후되어가는 그런 건물을 어느 기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 의정부 제일시장이 회장님께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기는 나의 가족 같은 사람들이고 나의 어떤 보금자리 같은 쉼터나 마찬가지죠. 나의 생활의 터전.

(제일시장 번영회 인터뷰 모습, 봉형준기자)

제일시장의 역사와 함께한 번영회는 현재까지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듣게 되었다.

다음에 향한 곳은 의정부 시장 통닭골목. 지글지글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곳에 46년 간 손님들을 맞이해온 미성 통닭 사장님이 있었다.

(통닭골목거리전경, 이하연 기자)

- 제일 시장이 3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여기가 원래 한수 이북 지역의 최고 시장이었어요. 의정부 재래시장 안 거치면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요. 그랬던 제일 시장이 코로나 이후로 문을 빨리 닫아요. 7시면 닫아서 손님들을 못 받는게 아쉬워요. 헛걸음하실 때도 있어서.  

그리고 옛날에는 이런 시설이 아니라 그냥 흙바닥에서 장사하곤 했는데 시설이 이렇게 현대화가 돼서 도로가 깔리고 가스가 들어온 게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 장사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실까요?

우리 가게에서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면 가장 좋죠. 그리고 원래 30년정도 과일가게를 하다가 통닭가게로 바꿨는데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오래 장사를 한만큼 애착이 있었는데 IMF때 장사가 어려워서 통닭집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우리 가게 말고 다른 가게들도 많이 없어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했어서아무래도 변화를 겪었던 시기들이 많이 기억에 남네요.  

- 사장님에게 제일시장이란?

 저희 가게와 제가 변했듯이 시장도 많이 변했네요. 그래도 앞으로도 같이 할 동반자죠.  

(의정부 미성통닭사장님과 손님의 모습, 봉형준기자)

제일시장은 오랜시간 변화를 거쳐왔지만, 그 변함없는 가치는 의정부 지역 사회의 일상 생활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하지만 이 곳에도 위기는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 주변에 대형 할인매장과 마트가 생기면서, 손님이 줄어들고 매출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시설도 낙후해 통행이 힘들었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휴식할수 있는 공간조차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2002년에 530여 개의 점포의 상인 700여 명이 주머니를 털어 1억 4,000만 원을 모았다. 이에 의정부시도 국비, 도비 등을 합쳐 13억 원을 지원하고 나섰다.  

변화를 주도한 주인공 중 한 명인 조진식 번영회 회장은 제일시장 지붕 설치를 추진하여 성사시켰다. 조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고 지붕 만들던 당시를 회상했다.  시장 골목에 아치형 지붕이 설치되면서 통로가 개선되어 좌판과 포장마차를 철거할 수 있었고, 이용객들의 통행로가 마련됐다. 또한, 생선가게와 채소가게를 한 곳에 모아 고객들이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지붕이 생긴 의정부 제일시장 전경, 봉형준기자)

이뿐만 아니라, 제일시장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매력을 증가시켰다. 폭 3m의 넓은 통행로에는 손님이 쉬어갈수 있는 쉼터가 마련되었고, 난타공연과 노래자랑 등의 이벤트도 개최했다.

이러한 변화와 노력으로 제일시장은 의정부의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주민들에게 따뜻한 장소로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의정부와 함께 걸어온 제일시장은 상인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었으며, 방문객들에게는 즐거운 쇼핑과 특별한 경험을 주고있다. 이렇게 번영회와 상인들의 노력과 열정 덕분에 제일시장은 오늘날에도 활기찬 장소로 남아있다. 

봉형준 이윤정 이하연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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