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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 놋수저에 예술을 새긴다

기사승인 2019.03.11  22: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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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년 그릇 조각의 외길 걸어온 김인오 달인

 세상에는 다양한 음식이 있고, 그 음식들을 담기 위한 다양한 그릇들이 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사기로 만든 그릇과 스테인리스로 만든 그릇이 편의성과 내구성이 좋아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 그릇이 있다.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놋그릇이 그것이다. 

김인오 달인이 조각한 놋그릇.

 놋그릇은 과거 임금님 밥상에 많이 올랐다.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이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 들어 다루기 무겁고 불편해지자 차츰 멀리 하게 돼 근래에는 한식당에 가서나 볼 수 있다. 가정에서도 제사 차릴 때나 사용하곤 한다.

 전통 그릇이 갈수록 잊혀져가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놋그릇을 지키는 달인이 있다는 경기 북부지역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의정부시 장암동의 어느 한 가정집에서 놋그릇 조각의 달인 김인오씨(64)와 마주할 수 있었다. 

놋그릇 조각의 달인, 김인오씨.

 김인오 달인은 삼 대째 놋그릇에 예술을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김영신)는 일제강점기때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금은방을 운영했고, 아버지(김우택)는 '오성칠보'를 운영했다. 아들 김씨는 군대 제대 후 가업을 잇기 시작하여 올해로 45년째 놋그릇을 조각하고 있다. 

 달인의 작업실은 가정집 방 한켠에 마련되어 있다. 좁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놋그릇, 놋수저에 달인의 혼을 새긴다. 젊었을 땐 유기 공방을 열어 많은 놋그릇을 생산하고, 판매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놋그릇에 조각 새기는 일만 하고 있다.

놋숟가락을 조각하고 있는 달인의 모습.

 달인의 실력은 업계에서 인정받아 SBS 생활의 달인, EBS 극한 직업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오랜 경력도 있지만, 국내의 놋그릇 조각가 중 유일한 왼손잡이여서 오른손잡이가 할 수 없는 조각들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는 밑그림 없는 놋그릇에 자로 잰 듯 일정하고 정확하게 조각을 해낸다. 그의 세심한 망치질로 놋그릇에 새겨지는 사군자와 십장생은 생명을 얻는다.  놋그릇을 조각하는 것은 모두 수작업이기에 놋숟가락을 기준으로 하루에 30개 정도 밖에 조각할 수 없다고 한다. 

작업하기 전의 놋숟가락(우), 작업한 후의 놋숟가락(좌).

 놋그릇은 주로 방짜유기로 만들어진다. 방짜유기는 구리 78%, 주석 22%를 섞어 만드는데, 현대 금속공학에 따르면 주석 비율이 19%를 넘기는 구리합금은 내구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방짜유기의 경우, 열을 가하고 두드리는 과정에서 현대 구리합금보다 높은 내구성을 지녀 높이 평가받고 있다.
 

 놋그릇을 생산하는 유기 공방은 전국적으로 꽤 남아있지만, 놋그릇을 조각하는 장인들은 전국적으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고, 장인들도 많이 노쇠했다. 젊은 층의 경우, 주얼리류, 액세서리류의 금속세공 분야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데, 이는 놋그릇 조각과는 분야가 다르다. 놋그릇 조각의 전통이 끊길지 모른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김인오 달인의 아들은 의사, 딸은 공무원으로 성장해 가업을 이을 후계자는 없다.

 김인오 달인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우리 민족의 전통인 놋그릇 조각을 이어갈 것"이라며 "최근 전통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만큼 놋그릇 조각에 대해 관심갖고 지켜봐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서동민 기자 vhrkddl@naver.com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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