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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챗GPT’... 대학 사회 의견은?

기사승인 2023.06.14  10: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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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에 미치는 영향 긍정? 부정?

 올해 대학사회의 최대 화두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ChatGPT)’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책GPT는 기존의 어떤 AI챗봇보다 파격적인 성능을 보이면서 교수와 학생들 모두에 주요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챗GPT를 이용해본 학생들은 과제물과 논문 작성하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보조기구는 없다는 입장이고, 교수들은 챗GPT가 악용되어 교육의 효과와 목적이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다수의 대학교가 챗GPT를 활용하는 대학생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이유다. 

 반면 AI기술 교육에 챗GP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기술 혁신에 발맞춰, AI기술이 대학 교육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어떤 효과와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체험하며 교육 혁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챗GPT는 대학 교육에 어떤 이점을 줄 수 있을까?

- 인간만의 가치, ‘창의’와 ‘통찰’에 집중

 신한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윤상길 교수는 “AI기술이 더욱 첨단화될 세상에서 인간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인간만이 가진 가치를 함양해야 한다. 최근까지 대학 교육은 이러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이었고, 챗GPT의 존재가 이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이에 맞춰 그는 챗GPT 활용을 일정 부분 독려하고, AI와 차별화되는 가치를 강의의 중점으로 두었다. 윤 교수는 “학생들이 기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보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차별화된 결론을 창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의 방향을 밝혔다. 교육목표와 평가의 방점이 ‘지식 전달’에서 ‘창의성’으로 옮겨진 것이다.

 윤 교수는 문화콘텐츠 기획 강의에서 사회 트렌드의 변화를 읽고,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파악하는 ‘통찰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곧 챗GPT의 활용을 일정 부분 긍정하는 이유와 연관되어 있다. 윤 교수는 “아직 챗GPT가 기술적으로 결함이 있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화될 것"이라며 "학생들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챗GPT를 활용한다고 해도 필요한 정보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통찰력’과 ‘분석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기획과 같은 창의적 활동은 훌륭한 통찰을 기반으로 하고 학생들이 그 능력들을 함양하는 데 챗GPT가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챗GPT를 사용해본 신한대 미디어언론학과 4학년 김지훈 학생은 “막상 챗GPT를 사용하려니 고민할 것들이 많았다.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답변이 나왔다”며 “질문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내가 정말 필요한 정보가 뭔지,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정확히 뭔지 심도 있게 분석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학생이 AI와 문답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즉 문제상황의 핵심을 스스로 통찰하려는 경험을 한 것이다.

질문을 점차 심화해가는 김지훈 학생의 챗GPT 활용 방식

- ‘창의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적 효율성

 윤상길 교수는 “챗GPT 이용으로 정보 수집 및 정리가 편리해져 학생의 부담이 준다면 이는 당연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자료 조사와 정보 취합에 몰두하느라 과제의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학습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학생들은 이제 정보의 수집과 정리를 AI에게 맡기고 문제 분석과 창의적 사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신한대 국제어학과 전현주 교수는 ‘인간 능력 확장(Human Reinforcement)’이라는 측면에서 챗GPT의 교육적 활용을 긍정한다. 전 교수는 “챗GPT는 단순 정보 검색이 아니라 검색한 정보를 구체화하고 정교하게 정리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정보를 다루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하여 생각의 범위를 확장해 줄 수 있다”며, “활용만 잘 한다면 창의력, 사고력 등 인간의 기존 역량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교수자가 아닌 학생의 의견도 비슷했다. 신한대 미디어언론학과 2학년 박 모 양은 “사람들은 챗GPT가 글 쓰는 능력이나 검색 능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정보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좋다”며 챗GPT의 긍정성에 대해 언급했다.

- ‘혼자’에서 ‘다 같이’. 교육 형식의 새로운 변화

 신한대학교 리나시타교양대학 이정훈 교수는 학생들의 챗GPT 활용을 염두에 두고 기존 강의안을 변경하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비평문을 작성하는 레포트 과제였다. 이 교수는 “비평은 대상의 가치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나름의 근거를 정립하여 객관성을 불어넣는 행위이다. 온전히 자신만의 의견과 논리가 필요한 과제를 AI가 대신해 준다면 학생들이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교육자로서 염려가 됐다”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 교수가 내놓은 대안은 발표였다.

 그의 강의에서 학생들은 작성한 비평문 과제를 대본 없이 발표해야 한다. 이는 챗GPT를 활용하여 레포트를 작성한다고 해도 그 내용을 암기함으로써 과제가 담은 교육효과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이 대응책의 목표는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챗GPT 대응책이라는 명목 아래 개인 과제를 다수와 공유해야 한다. 과제물의 평가방식에 챗GPT 활용을 전제하게 되면서 폐쇄적이고 개인적이었던 과제가 공개적으로 변한 것이다. 비평이라는 주관적 가치판단과 거기에 부여된 객관성을 점검할 대중이 생긴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학생들은 서로의 비평문을 비교 검토할 수 있게 됐고, 남의 비평에 대한 교수의 피드백도 참고할 수 있다. 발표한 내용에 대해 학생들끼리 자유로운 토론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학생의 챗 GPT활용은 나쁘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 분명 교육적으로 이롭게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 양날의 검이다. 현재로서 챗GPT는 기술적 결함이 있고 그에 따라 여러 대응책도 존재하지만 학생들의 활용을 완벽하게 저지할 순 없다. 기술 발전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으나 단지 아직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챗GPT, 안 좋게만 볼 것인가?

 챗GPT는 교육적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많은 대학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표절의 범위에 생성AI를 포함하여 강력하게 처벌하는 대학교들도 있고, 현재 프로그램이 가진 결함을 이용해 그 활용을 원천 차단하려는 대학교도 있다.

 하지만, 어느 분야든 거대한 기술 혁신의 흐름을 역행한 사례는 많지 않다. 따라서 AI기술 발전에 어떻게 발맞추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대학교들도 점차 늘고 있다. 챗GPT는 이들에게 “대학이라는 기관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상기시켰다. 덕분에 기계적인 정보제공에 국한된 기존 커리큘럼을 개선하거나 근미래에 인공지능과 공존할 학생들의 첨단기술 활용 능력을 교육목표에 포함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민주 봉형준 최휘온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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