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시적 여가 소비로 욕망 충족...청년 우울감 더 커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각종 취미생활을 포기해야 했던 청년들의 ‘가심비’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가심비 소비는 가성비 소비의 반댓말로,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가성비가 가격 대비 제품의 성능이나 서비스의 품질에 집중한다면, 가심비는 소비를 통해 얻는 심리적 만족감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5성급 호텔에 가서 호캉스를 하거나, 평소에 사기 힘든 명품 가방을 무리해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인당 10만~20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고깃집이나 오마카세 요리를 먹으며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것이나 평소와 달리 택시로 귀가를 하는 것도 가심비 소비라 볼 수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이같은 가심비 소비가 유행하면서 SNS에 전시하는 일도 일종의 코스가 되었다. ‘오마카세’, ‘명품가방’, ‘명품신발’, ‘호캉스’ 등을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평균 130만 건이 넘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는 청년층이 올린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와 호캉스를 검색한 결과. 백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검색된다. (인스타그램 캡쳐) |
대학생 이지수씨(23)도 아르바이트로 받는 월급 절반 이상의 금액을 오마카세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마카세가 유행하길래 큰맘 먹고 다녀왔다. SNS가 아니라면 몰랐을 텐데 알게 되니 더욱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접받는 느낌이 좋았지만, 솔직히 재방문 의사는 없다”라며 “돌아보니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소비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환경에 능숙한 MZ세대가 과시적 여가 소비로 욕망을 충족시킨다고 말한다. 소비의 필요성이나 효율성을 따지기보다는 개인의 행복, 남에게 보여지는 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시적 여가 소비는 청년층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와 겹쳐 일부 청년이 느끼는 우울감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생 박모씨(25)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대폭 줄어 카페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뒤 별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소득이 사라진 이후로 많은 생각이 든다며 “SNS를 보면 다들 나보다 잘 사는 것 같다. 나는 갈 수 없는 비싼 호텔들을 친구들은 많이들 간다.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함께 밥을 먹을 때도 나는 저렴한 것을 찾는 것에 비해 친구들은 예쁘고 비싼 SNS 업로드용 식당에 가자고 한다.”라며, “자꾸 남과 비교하게 돼서 SNS를 그만해야 하는지 고민된다.”라며 박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연령별 자살 생각률 그래프 (출처 : 보건복지부 2022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
보건복지부의 2022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평균 우울 점수는 5.46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30대의 평균 우울 점수가 가장 높으며, 자살 생각률 역시 MZ세대가 가장 높다. 또한, 소득이 감소한 경우의 우울 위험군이 22.1%로,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11.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인 문제와 정신건강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다. 과시적 여가 소비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청년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소휘 기자 leesohwi@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