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교수업 없어 입주 안 하지만 비용은 꼬박꼬박
사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인근 원룸 건물. |
“부모님 돈으로 얻은 첫 자취방인데 너무 죄송해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모(21) 씨는 올해 3월 개강을 앞두고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대학교 인근 원룸을 계약했다. 하지만 한 학기 온라인 강의로 인해 자취방이 필요 없어졌다. 현재 김 씨는 1년 계약으로 월세와 관리비가 매달 꼬박꼬박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계약파기를 하자니 위약금 부담은 물론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보증금 돌려주기 어렵다는 집주인의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코로나 초기 대학에서는 등교일자를 2주씩 몇차례 연기하며 곧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비싼 월세와 보증금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한대학교 의정부 캠퍼스에 재학 중인 이모(21) 씨는 “생활비라도 아끼기 위해 본가에 내려와 있다”라며 한숨 지었다. 이처럼 자취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월세비만 날리고 간혹 있는 대면 수업을 위해 몇 시간을 통학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취방 싸게 양도합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자취방 키워드를 검색하면 흔히 볼 수 있는 제목이다. “본가에 내려와 있는데 월세만 매달 내다보니 현재 200만 원 이상 날렸다. 환불도 안되는데 싸게 내줄 테니 혹시 필요하신 분 없냐"는 내용이다. 이런 비슷한 내용의 글은 하루에도 여러 건 올라오지만 댓글 창에는 이 상황에 공감하는 학생들뿐이다.
한편 이른바 '월세 감면 캠페인'을 시작한 대학교도 있다. 배재대학교 총학생회는 학교 주변 임대인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공인중개업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놀라운 상황이 연출됐다. 학생들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임대업자에게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문의해주었다.
이에 배재대는 ”월세를 인하해주는 임대주분들께 학교와 총학생회 명의로 감사패를 증정해드리고 관련 내용을 널릴 알릴 계획“이라며 동참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2학기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에 학생들의 한숨은 늘어만 가고 있다.
정은주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