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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하나인데 가족 4명이 온라인 수강 '어쩌나'

기사승인 2020.05.09  12: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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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책없는 온라인 개학에 학생 학부모 발동동

 “저희 집은 엄마는 사이버 대학 다니고, 누나 다니는 대학도 온라인으로 개강했어요. 초등학생인 동생도 컴퓨터로 강의를 들어야 하니, 저까지 4명이 컴퓨터 한 대를 같이 써야 해요.”

 의정부의 한 중학교를 다니는 여모군(14, 남)은 다자녀 가구의 둘째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여군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쓸 일이 많지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컴퓨터는 잘 안 썼다.”며, “(코로나19) 전에는 숙제 때문에 자료조사 할 때 프린트 하려고 잠깐씩 쓰는 게 전부였다.”고 했다.

 문제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불거졌다. 여군의 초등학생인 동생과 대학생 누나, 거기에 사이버 대학 학생인  어머니까지. 컴퓨터 한 대로 학생 네 명이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 구글 클래스로 수업을 듣는 여 모군의 모습

 

 여군의 가정처럼 스마트 기기가 충분하지 않거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정보 소외계층의 학습권에 대한 문제는 온라인 개학이 발표됐을 때부터 대두된 바 있다. 교육부는 차별 없는 공평한 교육을 위해 원격 수업 지원제도를 발표했다. 지원 내용에 따르면,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통신비를 지원한다. EBS와 같은 교육 사이트의 경우, 접속시 데이터 요금을 부과되지 않는다. 또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에게 데스크탑, 노트북, 스마트폰,스마트 패드 중 하나를 대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군의 가정이 겪는 불편은 해소되지 않았다. 스마트 기기가 하나라도 있으면 대여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한 대와 개인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여군 가정은 두 대 이상의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가정 내 다른 기기가 없음에도 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그 자녀 역시 대여가 불가하다. 이처럼 지원 정책의 한정적인 조건이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컴퓨터는 한 대인데 써야 할 사람은 네 명이니 매일 아침 싸움이 나기 일쑤다. 어쩔 수 없이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수업을 듣기로 했지만, 이제 스마트 기기 부족은 단순한 사용 불편을 넘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솔직히 집에선 공부가 안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출석용 숙제 하느라 따로 공부할 시간도 없고요.”

 정해진 시간 내에 수업과 과제까지 모두 끝내야 하니 여군의 공부는 해치우는 것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수업을 듣고 있음에도 진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여군은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학원을 가야 한다고 마음 먹고 있다.

주도적 학습이 아닌 “선택적 학습”

 인천에 사는 문모씨(43.여)는 오전 7시 집을 나서 회사로 향한다. 이렇게 되면 문씨 가정에는 아이 둘만 남는다. 일을 마친 문 씨가 집에 도착하기까지 총 11시간. 초등학생 아이 둘이 보내기에는 긴 시간이다.

 “(둘 중 하나가) 휴일이 아니면 아이들만 집에 있으니까 아무래도 불안하죠.”

 그런 문 씨에게 온라인 개학은 말그대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그는 “아이 둘이서만 집에 있는것도 문젠데, 애들이 공부를 (혼자) 챙겨서 할 수 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문 씨의 자녀가 재학 중인 인천 서구 A 초등학교는 맞벌이 등으로 가정 내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돌봄 교실을 지원하고 있다. 돌봄 교실은 학교에서 지도 교사와 함께 교육 방송을 시청하고,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지원 정책이다.

 이에 문씨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온라인 개학을 한 건데, 학교에 보낸다고 생각하면 (감염) 걱정을 안 할 수 없다.”며, “또 (만약) 한 명만 돌봄에 가면, 다른 하나가 혼자 남게 되니까 결국 둘다 보내지 못했다.”고 했다.

 문 씨 가정은 어떻게 수업을 듣고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인 문 씨의 딸은 1교시가 시작하는 오전 9시에 댓글로 출석 확인을 하고, 4교시까지 연달아 수업을 듣는다. 이후 배운 내용을 요약해 정리하는 배움 공책과 과목별 과제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동안, 업무 중인 문 씨가 틈틈이 아이들의 학습 진도를 체크한다.

 

△ 사이트를 통해 학부모가 학습 진도를 직접 체크할 수 있다.

 

 이외에도 EBS 방송, 학습지, 인터넷 강의까지. 문 씨가 공지사항 확인을 위해 다운 받은 어플만 세 개. 거기에 강의마다 사용하는 플랫폼과 기기 역시 모두 다르다. 문 씨는 “애들도 저도 모두 피곤하죠.”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처음에는 (학교에서 시키는 게) 많았어요. 유튜브에서 라이브 특강도 하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행되는 수업을 모두 체크하는 데에도 무리가 있다. 특히 문 씨처럼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의 경우, 출석 체크와 학습 진도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일이다. 아이들 역시 4교시 정규 수업과 과제를 하며 하루를 꼬박 보내기 일쑤다. 문 씨는 “모든 수업을 다 듣지는 않는다.”며, “일일이 챙기는 것도 어렵고, (아이들이 스스로 하기에는) 종류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제는 학교의 본질에 집중할 때

 코로나19 장기화로 불가피하게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지면서 한국 초중고생의 99%가 원격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를 발판으로 온라인 수업을 현 학교 수업에 접목시켜 미래형 교육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격 수업이 시작되고 보름간 공공 플랫폼에 올라온 교육 콘텐츠는 무려 230만건. 정부의 지원과 교사들의 노력으로 온라인 개학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듯 보이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속 빈 강정 같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에서 하루 종일 숙제만 하고 있는 걸 보면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숙제랑 강의로) 제대로 공부가 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학교에서 집으로. 교육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코로나19로 빚어진 온라인 개학 사태가 학교 본연의 기능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희진 이다솜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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