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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직업 아닌 취미?

기사승인 2019.07.09  14: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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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도대우도 열악한 방송작가의 현실

 TV 드라마 속에서 ‘방송작가’로 등장하는 인물은 보통 메인 작가의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하는 보조작가다. 2017년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나오는 방송작가 이현수가 그중 하나다. 그는 극중에서 한 달 급여 80만원을 받으며 온갖 서러움을 겪는다.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방송작가의 자살 소식과 ‘열정페이’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방송작가’다. 시나리오 작가 역시 영화 발전을 외치는 사회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대우를 받고 있다.

‘작가 강사’의 일과

 17년 전, 영화 ‘공공의 적’으로 대한민국 범죄/액션 장르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던 백승재 작가는 ‘공공의 적 작가’라는 타이틀로 10여년 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각종 아카데미 강의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경제적 여건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면,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말라"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른 직업을 권장한다. 작가 생활이 어떻길래 이런 얘기를 할까. 그의 일과를 따라가 보았다.

 백승재 작가는 새벽 5시면 눈을 뜬다. 오늘도 강의가 두 개 기다리고 있다. 아침 일찍 홍익대앞으로 향하지만 차가 막히면 두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를 기다리는 수강생들은 작가를 꿈꾸고 있는 10대부터, 젊은 시절 경제적 난관 등으로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50대까지 다양하다. 첫 번째 강의는 시나리오 입문 과정의 아카데미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에 대해 강의한다.

 오전 11시쯤, 강의를 마치면 김밥을 사 들고 두 번째 강의 센터로 이동한다. 두 시간을 달려 이동하는 사이, 학생들이 보내온 과제를 읽는다. 두 번째 강의는 심화 과정의 시나리오 작법이다.

 그렇게 두 강의를 끝낸 후 집에 도착하면 오후 6시. 이 때부터 그는 작가도, 강사도 아닌 ‘아버지’ 역할에 들어간다. 육아와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 한바탕 소란끝에 아이를 재우고나서야 다음 강의를 준비할 수 있다. 60여명 학생들의 글을 읽고 문제점과 칭찬할 점을 찾아준다. 강의 준비까지 모두 마쳐야 비로소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백승재 작가. 그가 글을 쓰는 데 사용하는 시간은 불과 두 시간 남짓이다. 그를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의 흥행작 하나로 10년 넘게 강의하고 있지만, 그동안 그가 내놓은 작품은 고작 두 개다. 그 두 개의 작품을 내는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는데 결과 또한 작가 본인의 기대에 못미친다. 

 백승재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의 꿈을 접고 강사, 교수 등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 회사 취직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 이야기가 작가 사회에 흔히 떠돈다. 작가라는 직업만으로 생계가 어려워 다른 직업과 병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열악한 여건 속 작가들

 

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작가 유니온이 조사한 결과 방송작가의 주당 노동일수는 평균 5.63일, 급여는 월 15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49.9%에 달했다. 이 중 임금 체불 경험자도 46%로 높게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출한 '표준 근로계약서 및 표준 시나리오계약서 활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봉한 영화 중 표준 시나리오계약서를 작성한 작품은 16.7%, 조사 대상이었던 30편(총 개봉작 209편) 중 표준 시나리오계약서를 쓴 작품은 5편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작가 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의 49.25%가 3000만원 미만의 수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세 가지 조사에 응한 작가들 중 50.2%는 창작 활동의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다. 또 2차적 저작권이나 해외 판권 계약 등이 제작사에게 유리하게 체결되는 불공정 계약 사례도 26.2%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 종사하는 직업이 무시 받던 예전과 달리, 현재 작가들에 대한 시선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디어 분야 작가들의 처우 및 집필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작가의 창의적 시나리오가 한류 붐을 일으킨 데 크게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원고료와 과도한 노동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의견을 받아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습니다.”

 작가는 양극화가 심한 직업이다. 몇몇 스타작가들은 수입도 많고 제작 과정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들은 대본 작업은 물론 취재, 섭외 등 여러 잡무를 떠맡아 해결하면서도 쥐꼬리 연봉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들이 직업적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서 마음놓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조회지 기자 webmaster@ndsoft.co.kr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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