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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어서 오지 마세요!”

기사승인 2018.09.06  19: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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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생 괴롭히는 진상손님들

청춘 아르바이트생 상처 입히는 ‘진상손님

 “콜센터에서 일할 때였어요. 손님 주문내용을 확인했는데 배달원이 가져가니 자신이 시킨 게 아니라고 우기는 겁니다. 통화내용을 다시 확인해 주문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손님이 원하는 다른 제품으로 다시 가져다주었고, 저는 그 값의 50%를 손해배상으로 물어야 했어요. 그런 일이 있고 한 달도 안돼 그만두었어요. 진상 손님들이 많았거든요.”

 편의점, 콜센터, 예식장, 호텔(뷔페), 택배, 부스설치, 프랜차이즈 외식점, 관공서 등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이진혁 씨(25세)는 자신이 경험한 ‘진상손님’ 사례를 털어놓았다. 

 그가 말하는 진상 손님은 대학에도 있다. 이진혁 씨는 “학교에서 근로를 할 때 민원인 학생을 상대하게 되는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가족 증명 없이는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 폭언과 욕설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업은 손님들이 자신의 돈을 낸 만큼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고, 콜센터는 얼굴을 보지 않기 때문에 심한 것 같다”며 “나 같은 청춘들이 감당하기에는 힘이 드는 감정노동”이라고 토로했다. 

 이진혁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수유동의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양성진 씨(24세)는 눈매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욕설을 하는 손님을 경험한 적이 있다 . 양씨는 “손님이 매니저를 호출하자 매니저는 그저 조용히 넘어가려고 직원인 나를 나무라는 투였다"며 "그러자 손님은 나를 항해 ‘남의 돈 벌어먹기가 참 쉽지 않지?’라며 조롱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

설문 통계 결과 응답자  53% “진상손님 대처가 가장 힘들다

마땅한 보호장치 없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알바몬이 알바생을 상대로 ‘손님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1,106명 중 81%가 ‘있다’고 답했다. ‘어떤 갑질을 경험했는지’를 묻자 57.1%는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를 당했다”고 답했고, 이어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47.7%), 감정 노동 강요(40.7%) 등이 뒤를 이었다. 

 취재팀이 20대를 대상으로 네이버폼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83명의 응답자 중 53%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진상손님의 대처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고, 주로 외식업이나 서비스직이 62%로 진상 손님을 가장 많이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8년 알바몬에서 아르바이트생 1,1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1%가 손님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가 57.1%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알바몬

 ‘진상손님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란 질문에 다양한 답이 달렸다.

 외식업장 아르바이트를 할 때 주문한 도시락 배달이 조금 늦었다며 돈을 안 내겠다며 우기는 손님, 음식 다 먹고는 맛없어서 돈 안내겠다고 하는 손님, 테이블에서 아기 기저귀를 갈고 그냥 일어서는 손님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또 공연장에서 어린이용 방석 이용을 제한한다고 방석을 얼굴 쪽으로 던진 손님, 본인이 좌석을 잘못 예약하고는 기기오류라며 우기는 손님 등이 있었다.  “빵을 먼저 구매하고 추가로 음료를 주문했는데, 주문한 음료 재료가 없다하니 빵을 구매한 영수증을 얼굴에 던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밖에 “반말하고, 술 먹고 행패 부리고, 잘난 듯 훈계하는 손님”부터 “아이가 먹을 포크를 씻어달라고 해서 가져다 드렸더니 물기가 남아있다며 포크를 내던진 손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상손님 사례가 나왔다.

 여성 알바생의 경우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는 경험담도 보였다. 실제로 2017년 알바노조가 여성 아르바이트생 1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일하면서 외모평가를 받은 적 있다’는 질문에 57.1%,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질문에 32%가 ‘있다’고 답했다. 

 취재팀의 자체 조사에서도 “손님이 의도적으로 가슴을 밀친다“ "더운데 옷 벗어야겠다며 나이와 학교를 물어보며 추근댄다”, “아저씨 4명에게 웃으며 주문을 받았는데 ‘누가 마음에 들어서 웃는 거야? 한명 골라봐’ 라고 희롱한다” 는 등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 자체 설문지에서 진상손님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담들이 이어졌다.

 경기 파주의 집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소영 씨(23세)는 “그저 인사를 받아주고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말 한 마디 해주면 알바생은 힘이 된다"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 도시락업체 ‘스노우폭스’의 ‘공정서비스 선언문’이 다른 가게 유리벽에 붙어있는 사진이다.

 진상손님으로부터 알바생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주들도 있다. 도시락업체 ‘스노우폭스’가 2015년 업계 최초로 공정서비스를 주장하며 내놓은 ‘선언문’이 상징적이다.

 이 선언문은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로 시작한다. 선언문은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다”며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이라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언했다 .

 최근 들어서는 “반말로 주문하시면 반말로 주문 받습니다” 같은 문구가 붙어 있는 카페나,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식당도 생겨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알바생들은 진상손님에게 하지 못 했던 말을 적는 칸에 “아르바이트생도 누군가의 자녀라는 것을 명심해주세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다시 만나면 헥토파스칼킥으로 응징해주겠다” 등을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신대현 최란 기자

학생기자 editor@kkobbinews.com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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