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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머니 팔아 아이패드 샀어요” ...게임을 부업 삼는 ‘쌀먹’

기사승인 2023.07.21  10: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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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시장 커지면서 ‘쌀먹 문화'도 발달

유흥에서 ‘부업’으로, 게임으로 돈 버는 대학생들

게임으로 부업하는 대학생들. 하민 씨(좌), 김민정 씨(우)

 올해 대학교 3학년이 된 김민정(22) 씨는 최근 30만 원 상당의 애플 펜슬을 구매했다. 그녀는 평소 넉넉히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고가의 전자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플레이하던 ‘게임’ 덕분이다. 게임에서 몬스터를 사냥해 모은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다른 유저에게 현금을 받고 판매해 돈을 모은 것이다.

“게임을 통해 얻은 걸 현금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과제가 많은 학과 특성상 정기적으로 아르바이트를 나가기는 어려웠죠. 생각보다 게임머니를 사는 사람이 많아서 애플 펜슬은 온전히 게임머니를 판 돈으로 살 수 있었어요.”

비슷한 사례로,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하민(25) 씨도 게임 재화를 판매해 현금을 충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가 현금을 벌어들인 방법 역시 민정 씨와 비슷하다.

“올해 편입을 통해 새로운 대학에 진학했는데, 아이패드나 등록금 등 필요한 금액을 충당하기 어려워서 시작했어요. 매주 8~9만 원 정도는 하루에 한두 시간씩만 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지난달에는 40만 원 정도 생겼어요. 말 그대로 부업 느낌이죠.”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그는, 편입과 관련하여 집안의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그는 돈을 모으기 위해 음악 학원에서 시간 강사까지 하고 있지만, 그 수입만으로는 필요한 만큼 돈을 모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평소 친구들과 하던 게임의 재화가 현금으로 거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게임머니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그는 최신 기종의 아이패드를 1년 할부로 구매해, 매달 일정량 게임머니를 판매한 돈으로만 3개월째 할부금을 내고 있다고 한다.

게임머니를 현금화하는 대학생은 또 찾아볼 수 있었다.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백두산(24) 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팔아왔다고 한다. 

“원래도 게임을 좋아했는데, 게임머니로 상당히 많이 벌 수 있는 걸 깨닫고 아이템을 팔기 시작했어요. 고등학생 시절에는 부족한 용돈을 채워서 당시 여자친구와 데이트 비용을 충당했고, 현재는 자취생활을 하면서 식비와 생활비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그는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무기를 강화하여 웃돈을 얹어 팔거나, 난도가 높은 퀘스트(임무)를 수행하며 얻은 보상을 현금으로 팔았다. 그는 하루 평균 2~30분 정도를 게임에 투자하며, 대개 1주일을 기준으로 현금 10만 원어치의 아이템을 팔아왔다고 한다.

국내 시장 규모 최소 1조 2천억 원 이상... 이른바 ‘쌀먹’ 대체 뭐길래?

 앞선 사례처럼 게임 아이템 혹은 재화 등을 현금으로 거래해서 수익을 얻는 행위를 일명 ‘쌀먹’이라고 부른다. 이는 ‘게임 해서 쌀 사먹는다’는 뜻에서 발생한 은어로,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방식의 게임 문화 자체를 일컫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게임머니를 거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게임 속에서 게임머니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개인 간 계좌이체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게임머니 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업 정보를 모아놓은 ‘잡 코리아’에 게시된 게임머니 거래 중개기업(아이엠아이, 아이템베이 등)의 연간 영업 이익(2021년 12월 기준)을 역산해 보면, 중개 사이트를 통한 게임머니의 현금거래 규모만 최소 1조 2천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상당수의 거래가 계좌이체 등을 통한 개인 간의 거래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모든 게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인 것으로 미루어보아, 실제 거래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쌀먹’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임 장르는 단연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부류이다. MMORPG는 게임 속 세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 다른 유저들과 상호작용하며 재미를 느끼는 게임 장르이다. 게임 캐릭터를 많이 성장시킬수록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게임머니와 아이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게임머니를 직접 구할 시간이 없는 유저들은 현금을 통해 게임머니를 구한다. 앞서 소개한 대학생들 역시 MMORPG 장르의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와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며 모은 게임머니를 팔아 수익을 냈다. 대학생인 이들이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 수준에서 게임을 하며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매달 30만 원에서 50만 원에 달한다. 

실제 유저 간 현금 거래를 하는 모습(백두산 씨 제공)

게임에 등장한 ‘쌀먹’ 문화, 괜찮은 것인가?

 건실한 노동을 통해 얻는 수익도 아니고, 소득세와 같은 개념도 적용되지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음지에서 거래되는 쌀먹을 통한 수입은 이른바 ‘검은 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의외로 불법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9도 7237, 2009도 7238)에 의하면 사행성 게임을 제외한 일반적인 MMORPG에서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게임머니를 판매하는 행위는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을 뿐더러, 과세의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쌀먹’ 유저는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을 지나치게 공급하거나 아이템 시세에 큰 영향을 주는 등 게임의 경제 구조를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게임사는 게임 이용 약관을 통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유저와 관계자들의 의견은 일부 엇갈린다. 통상 ‘쌀먹’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요 근거는 정상적인 게임 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쌀먹’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쌀먹’이 게임사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를 이용자들끼리 해결해가는 일종의 ‘선순환’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게임계의 세태에 대해 게임 전문지 ‘겜툰’에서 근무하는 박현규 게임 전문 기자는 “쌀먹의 정의에 대해서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반적인 개인이 소규모 금액을 판매하는 것과, 불법 프로그램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을 동원하는 ‘작업장’ 수준의 게임머니 판매를 똑같은 ‘쌀먹’으로 취급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단순히 개인이 게임머니를 판매하는 것은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개인 수준의 ‘쌀먹’은 그저 하나의 자연스러운 ‘거래’로 취급했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작업장 행위는 게임의 가치를 하락시키기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업계의 의견을 전했다.

성장하고 변해가는 게임문화. 앞으로의 방향은?

한편, 미래의 게임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이 23년 2월 발표한 ‘콘텐츠산업조사’의 통계에 의하면 국내 게임 산업 매출 규모는 2017년 13 조여 원에서, 21년 21 조여 원까지 증가했다. 통계를 낸 5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은 12.4%에 달한다. 이와 비례하여, 미래의 ‘쌀먹’시장 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게임사들의 대처도 흥미롭다. 일부 해외 게임사들은 앞서 소개된 ‘쌀먹’ 시장의 ‘현금거래’라는 특성을 기업의 입장에서 이용하고자 암호화폐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게임에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의 운영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 기능을 사실상 게임에 처음 도입한 게임사 ‘위메이드’는 지난 20년 8월 암호화폐 거래 기능이 도입된 ‘미르 4’라는 게임을 출시한 후, 3개월 만에 7~8배의 주가 상승에 성공한 바 있다.

사실,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거래하는 행태는 2000년대 초반 MMORPG가 처음 유행할 시점부터 암암리에 존재했다. 당시에는 소수 ‘게임 중독자’들의 일로 치부되었으나, 오늘날 ‘쌀먹’이라는 문화는 생각보다 게임의 행태부터 게임사의 운영 방법까지 많은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과연 ‘쌀먹’ 문화가 미래의 게임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향후, ‘쌀먹’ 문화가 가져올 게임문화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성, 박재훈, 이윤정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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