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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를 찾아서-보호 아동 자립 돕는 사회적 기업 ‘SOYF’ 고대현 대표

기사승인 2021.08.12  1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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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겐 진짜 어른이 필요해요”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보호 종료 아동이란,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지나면 아동양육시설, 그룹홈, 가정위탁 등의 보호가 종료되어 사회 밖으로 나와야 하는 아동을 의미한다.

 매년 2,500여명의 보호 종료 아동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이들 손에 쥐어진 것은 단돈 500만 원 뿐이다. 보호가 종료된 아동들이 자립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어려움은 그들을 자립이 아닌 고립으로 내몰아 버린다. 다행히도 2년 전부터 보호 종료 아동들이 가진 어려움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국가에서는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호 종료 아동들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립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이런 부족한 지원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요보호 아동에게 직업 훈련의 실무 기회를 제공하고, 보호종료 아동에게는 사회적 커뮤니티를 통해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곳이다. 회사 이름은 소이프(SOYF). 너의 발로 스스로 일어서라(Stand On Your Feet)는 뜻이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고대현(38) 대표는 처음 보육시설 아이들을 만나게 된 계기를 묻자 "2014년 초 동아리 지인의 제안으로 사진 출사 봉사활동을 나갔을 때"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화상인터뷰에 응하고 있대현 대표(38)

 

고 대표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는데, 내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 기업까지 만들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가벼운 마음'의 봉사활동은 3년간 계속됐다.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을 만나 서울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포토샵과 일러스트 등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가르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 사진 에세이를 써 보기도 했다. '진정한 자립은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고 대표의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던 친구는 고등학생이 됐고, 고등학생이던 친구는 퇴소를 했다. 고 대표가 이들의 현실을 직시한 건 이 때부터였다.

"사실 저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에세이를 쓰면서 스스로에게 닫혀 있던 감정의 문을 조금씩 여는 걸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퇴소 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알게 되자 봉사활동 만으론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죠."

 퇴소한 아이들은 살 집과 직장을 구하는 일부터 녹록지 않다. 부동산 법률 지식이 부족한 탓에 사기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고, 회사에 취직을 했다가도 업무나 대인관계에 적응하지 못해 금새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생활고는 일상이 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학생은 절도, 여학생은 유흥업소 등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1년 정도 회사에 다니다가 퇴사한 후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친구의 사연도 접했다.

 고 대표는 "이 아이들이 퇴소하자마자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어른 아이'에게는 아직 모를 때 물어보고, 힘들 때 기대고, 방황할 때 붙잡아줄 수 있는 '진짜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ᅠ고 대표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봉사활동을 같이 했던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해 의류회사 매장 직원부터 구매전문(MD)까지 경험해 본 고 대표의 경험을 살려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의류나 잡화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을 통해 판매하고, 외부 의뢰를 받아 BI나 CI를 제작하거나 브로셔 등을 만드는 일도 한다.

 소이프는 허들링 커뮤니티라는 모임을 만들어 퇴소한 친구들의 사회 정착을 돕는다. 처음엔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돼서 같이 밥 먹는 모임으로 시작했던 게 이제는 20~30명 정도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거창한 건 아니다. 부동산 계약할 때 꼭 알아야 하는 법률 상식, 한의사가 알려주는 건강관리법, 자취생이 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고 대표가 창업할 때 함께 시작한 이들과 약속한 시간은 10년이다. 소이프는 자기들 회사가 아니라, 잘 준비하고 정말 의지가 있는 친구가 있다면 보호 종료 아동 중에 누군가가 맡아서 키워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진짜 주인을 찾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6년 남짓. 고 대표는 그 이후에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ᅠ"일하면서 혹은 봉사활동차 캄보디아에 몇 번 갔었어요. 40대 부모가 12살 아이에게 돈 벌어오라고 공장에 보내는 일이 허다한 곳이었죠. 심지어 남자아이들은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결혼할 때 남자는 돈을 내고, 여자는 돈을 받기 때문이죠. 부모가 제대로 된 버팀목 역할을 못해주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가슴 아픈 상황은 해외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꿈은 이미 캄보디아로 향해갔다. "결국 이 아이들이 사람다운 삶을 살려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절실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시간 거리를 걸어서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조그만 방 한 칸짜리 학교라도 짓고 싶어요. 6년 후엔 제가 캄보디아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손자영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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